여행

활화산을 올려다보는 도시, 가고시마(鹿児島)

노마딕 메이커 2025. 12. 16. 15:20

 

가고시마 출신의 연예인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일본 본토 최남단의 현. 거기서부터 후쿠오카로, 도쿄로, 서울로, 이제는 월드 투어를 하는 사람이에요. 도전한 것 마다 남부럽지 않게 자리를 잡았지만, 그 안정을 버리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온 사람입니다.

 

7년 간 다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대단히 높은 직책을 맡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다른 곳에서 그렇게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 한줌의 안정을 그러쥔 채 전전긍긍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쯤 그 연예인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성취를 몇번이고 박차고 도전하는 삶...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그런데 평상시에 이야기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성격은 또 저랑 비슷한 구석이 있었어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 용기를 긍정하고 싶었을까요. 어느새 팬이 되었습니다.

 

가고시마에 가기로 한 이유는 사실상 그녀의 출신지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정보는 딱히 찾지 않았어요. 그저 평화로운 시골 도시인줄 알았습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도착한 후였습니다. 

 

착륙 준비할 때부터 계속 눈길이 가는 섬이 있었습니다. 화산섬이라고 했어요. 상대적으로 평평한 가고시마시에 비해, 갑자기 솟아오른 듯한 지형의 큰 섬. 공항이 있는 키리시마시에서 가고시마까지 가는 내내 안 보이는 구간이 없었어요. 시내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시야에 머물렀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침 조깅을 위해 나서면서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시내 중심가와 바다가 가까웠습니다.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정도. 관광이 메인인 소도시다 보니, 평일 새벽은 조용했습니다. 이른 출근을 하는 사람들 몇몇을 마주칠 뿐이었고, 거의 아무도 없었어요. 느긋한 마음으로 부두 공원 쪽으로 길을 들어서는데... 건물 사이로 그 화산섬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동쪽 등성이로 햇빛을 받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더라구요. 분화구에서 구름 같은 연기가 아주 천천히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압도되었습니다. 아침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위로 우뚝 서 있는 활화산. 바다는 그래도 따뜻하기도 하고 희망적이기도 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화산섬은 사뭇 달랐어요. 세상엔 평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위험한 곳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여행하고 도전할 만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그 광경을 보고 자랄 가고시마 시의 어린이들의 마음을 상상해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섬의 이름은 참 예뻤습니다. 사쿠라지마. 벚꽃 섬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이라면 활화산 섬에 무궁화도라고 붙인 느낌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예쁘기만 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인이라면 특별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죠. 우연히도, 제가 응원하는 그녀의 이름도 사쿠라입니다. 한자는 다르지만요. 발음은 똑같지만 의미는 '피어나는 사람'이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미야와키 사쿠라(宮脇 咲良)입니다.

 

가고시마 시내를 활공하던 솔개,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사쿠라지마

 

P.S. 가고시마는 사츠마(さつま)라고도 불립니다. 이 사츠마는 '감자'라는 뜻의 이모(いも)와 결합하면 사츠마이모(さつまいも), 즉 고구마라는 뜻이 되는데요. 일본에서 고구마는 사츠마의 감자라고 불리고 있는 겁니다. 고구마는 원산지인 남미에서부터 유럽을 거쳐 전세계를 한바퀴 돌아 이 지역에 소개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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