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고시마 출신의 연예인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일본 본토 최남단의 현. 거기서부터 후쿠오카로, 도쿄로, 서울로, 이제는 월드 투어를 하는 사람이에요. 도전한 것 마다 남부럽지 않게 자리를 잡았지만, 그 안정을 버리고 도전하고 또 도전해온 사람입니다.
7년 간 다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대단히 높은 직책을 맡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다른 곳에서 그렇게 적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 한줌의 안정을 그러쥔 채 전전긍긍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쯤 그 연예인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성취를 몇번이고 박차고 도전하는 삶...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그런데 평상시에 이야기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성격은 또 저랑 비슷한 구석이 있었어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 용기를 긍정하고 싶었을까요. 어느새 팬이 되었습니다.
가고시마에 가기로 한 이유는 사실상 그녀의 출신지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정보는 딱히 찾지 않았어요. 그저 평화로운 시골 도시인줄 알았습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진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도착한 후였습니다.
착륙 준비할 때부터 계속 눈길이 가는 섬이 있었습니다. 화산섬이라고 했어요. 상대적으로 평평한 가고시마시에 비해, 갑자기 솟아오른 듯한 지형의 큰 섬. 공항이 있는 키리시마시에서 가고시마까지 가는 내내 안 보이는 구간이 없었어요. 시내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 시야에 머물렀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침 조깅을 위해 나서면서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시내 중심가와 바다가 가까웠습니다.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정도. 관광이 메인인 소도시다 보니, 평일 새벽은 조용했습니다. 이른 출근을 하는 사람들 몇몇을 마주칠 뿐이었고, 거의 아무도 없었어요. 느긋한 마음으로 부두 공원 쪽으로 길을 들어서는데... 건물 사이로 그 화산섬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동쪽 등성이로 햇빛을 받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더라구요. 분화구에서 구름 같은 연기가 아주 천천히 피어오르고 있었어요.
압도되었습니다. 아침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 위로 우뚝 서 있는 활화산. 바다는 그래도 따뜻하기도 하고 희망적이기도 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화산섬은 사뭇 달랐어요. 세상엔 평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위험한 곳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여행하고 도전할 만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그 광경을 보고 자랄 가고시마 시의 어린이들의 마음을 상상해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섬의 이름은 참 예뻤습니다. 사쿠라지마. 벚꽃 섬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이라면 활화산 섬에 무궁화도라고 붙인 느낌일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예쁘기만 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인이라면 특별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죠. 우연히도, 제가 응원하는 그녀의 이름도 사쿠라입니다. 한자는 다르지만요. 발음은 똑같지만 의미는 '피어나는 사람'이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미야와키 사쿠라(宮脇 咲良)입니다.


P.S. 가고시마는 사츠마(さつま)라고도 불립니다. 이 사츠마는 '감자'라는 뜻의 이모(いも)와 결합하면 사츠마이모(さつまいも), 즉 고구마라는 뜻이 되는데요. 일본에서 고구마는 사츠마의 감자라고 불리고 있는 겁니다. 고구마는 원산지인 남미에서부터 유럽을 거쳐 전세계를 한바퀴 돌아 이 지역에 소개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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